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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olo Exhibits “미궁” / Studio126
미궁이란 단지 거대한 함정이 아니라 ‘성장’과 ‘통과 의례’와 같은 극기의 과정과 수행의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하나의 표지이다. 죄로 물든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영혼을 정화하고, 구원의 길로 이해시킨다는 목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미궁은 질서나 이성과는 반대되는 혼돈의 극치 적 장소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바꿔본다면 미궁 이야말로 가장 높은 차원의 기하학적 원리를 표현한 구조물이다.
자고 나면 또 쏟아지는 도처의 폐해들, 이미 공생의 질서와 인간애를 상실한 우리의 삶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그래도 어떻게든 살겠다고 각자 도생 의 언저리마다 온갖 결의로 여울진 궁책 들을 동여맨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마저도 끄지 않는 신의 섭리는, 지금도 계절을 수놓고, 때때로 하는 일마다 공정하고 떳떳하길 바라는 간절한 시간 속에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절망의 탈출구를 관통했던 사색의 한걸음이 진실로 듣기가 되어 돌아온다. 자고 나면 또 쏟아지는 도처의 폐해들, 상실된 우리의 삶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그래도 어떻게든 살겠다고 각자 도생의 언저리마다 온갖 결의들로 동여맨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마저도 끄지 않는 신의 섭리는, 지금도 계절을 수놓고,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절망을 관통했던 사색의 한걸음이 되어 돌아온다.
성찰을 통한 미의식, 확장된 지표로써의 미궁
Studio 126 권 주 희 큐레이터
김현성 작가는 자연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을 추구한다. <결>, <순리와 역리>에 이어 세 번째 개인전인 <미궁> 또한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에 속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삶에 있어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며 인내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일종의 ‘수행’으로 여긴다. 자신이 작업을 하며 감각하는 인고의 시간이나 행위를 포함하고 있으며 작업 과정 또한 삶의 여정과 닮아있다.전시명인 <미궁>의 개념은 시대를 거치며 종교, 철학, 인문학적인 사유를 통해 인류에 무수한 영감과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현대에는 미궁과 미로가 유사한 의미로 통용되지만, 학자들은 그 의미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미로’는 여러 길이 복잡하게 가지를 치고 그 중심에서 한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반면, ‘미궁’은 하나의 길을 따라가면 결국 구조물의 중심에 이르게 되는 것을 뜻한다. 즉, 미궁은 중심을 향한 명확한 길이 존재하고 길 찾기를 방해하는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그리스 전설에서 다이달로스가 만들었다는 '라비린토스(Labyrinthos)'가 기원인 미궁은 한 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지 못하는 복잡한 구조로 알려졌으나, 테세우스가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의 조언에 따라 실타래를 풀어 길잡이로 삼아 빠져나왔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갖은 혼란 속에서도 지혜와 경험, 노력과 인내로 탈출할 방법을 간구하는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 작가 김현성이 제시하는 미궁은 질서나 이성과는 반대되는 혼돈의 극치적 장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복잡하고 얽혀있는 알 수 없는 세계가 아니라 정답을 찾기 위한 통과의례이며, 인내와 사유를 통한 성장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답은 존재하지만, 그 과정에 고난이 따르는 것, 길을 찾는 방법이 쉽지만은 않은 우리의 삶을 응축한 메타포이다. 전시에서 미궁으로 표상한 이미지는 고난의 여행, 근접할 수 없는 것, 죽음에서의 재생(종교적 의미)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미궁’을 가장 높은 차원의 기학학적 원리를 표현한 구조물로 제시하며 자신의 작품 안에서 혹은 자연 그대로를 활용한 형태로 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미궁의 개념을 자신이 지속적으로 구축해 온 세계관에 연결하고 있다.
첫째, 자연을 해하지 않을 것
둘째, 공존과 상생이라는 절대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을 것
셋째,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담을 것
목조형을 다루는 작가는 자연을 닮아 소박하면서도 선비들의 격조 높은 철학이 담긴 조선시대 목가구를 근간에 둔다. 이는 자연스레 자신이 머무는 제주 자연에 대한 리서치와 탐구로 이어진다. 입체 조형을 다루는 예술가에게 평면 드로잉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그는 목조형 안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기존의 작업에서 자신이 직접 자연 안에 그려내는 대지 미술로 확장해 나간다. 목가구나 목조형 작품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낡아 바래는 것이라면 대지미술은 자연환경에 의해 비교적 단시간에 풍화되거나 흩어진다. 유동성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변화로 인해 순간과 시간, 해체의 과정 또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즉, 스스로 온전한 자연의 섭리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주요한 부분이다.
작가에 의해 최초 완결된 이미지는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된다. 작품과 함께 배치되는 ‘에스키스 사진’ 작업은 그동안 작가가 자연에서 그려낸 실험적인 시도들이 담겨 있으며 장소 특정적인 성격을 지닌다. 작가에게 장소 특정성이란 어떤 창조물이 특정 장소에서 발견되는 것이나 작품이 곧 장소라는 의미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또한 ‘시간성’을 강조하는 대지미술의 개념을 다시 평면에 입체 조형의 언어로 담아 일시적인 것을 지속적인 것으로 이어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미는 재현 너머의 본질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연상케 한다. 이것은 표상 안에 숨겨진 근본적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결을 함께 한다.
모든 예술은 예술가에게 자기 변화의 도구로 기능한다. 이를테면 시각, 청각, 촉각 등을 활용하고, 구상, 계획, 설계, 가공, 제작, 더하기, 빼기, 직관, 추론 등 작업 방식을 광범위하게 차용 한다. 창조적인 실천이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고 개선하는 방법임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예술가에게 일종의 ‘성찰’로 여겨질 수 있다. 예술가는 늘 새롭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더불어 작품의 소재가 되는 여러 대상을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경험은 필연적으로 관념과 사고의 경계선을 확장한다. 매체의 확장, 공간의 확장과 함께 무한한 자연 속에서 그려내고 펼쳐내는 김현성의 행위는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경계선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는 극기와 인내, 삶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담겨 있다.
작가에게 생각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창조하는 능력은 머리, 가슴, 손을 사용한 몰입과 함께 풍요로운 성취감의 근원이 된다. 또한 세계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타고난 능력과 그것을 구현해 나가는 작업은 개념과 신념의 핵심 요소들을 도표화 하는 과정이다.
김현성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나 욕심을 절제하고 소박한 본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출한다. 또한 자신의 삶에 자연을 들이고 자연적인 물성을 통한 이해와 성찰을 현대미술에 녹여낸다. 곧, 삶의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미의식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