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s
2024 Solo Exhibits “물성의 일기”
대자연이 허락한 모든 유기체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 속의 생명력은 나에게 예술을 행동케 하고 표현하게 한다. 나 또한 생명의 존엄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고, 하나의 개체로서 갈등을 체험하며 생명과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관심이 머물러있다. 생명 들에 근원적 형상인 유기체가 지니는 생명력은 그 속에 담긴 변형과 변화의 끝없는 생명의 흐름을 유추해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숲속의 유기체들은 사계절 끝없는 생명의 순환적 질서로 나를 매료시킨다. 그 강인하고 존귀한 순환에 고개를 숙이며 생명의 근원적인 형상에서부터 끊임없이 흘러가는 순환적 과정에 녹아있는 요소들을 찾아 헤 메이고 있다. 세상은 생명 들로 가득 차 있다. 폐허의 땅이 드러나도 그들은 다시 정화하고 치유해 끝도 없는 관계를 이어 간다. 그들과 우리를 연결하는 “관계 맺음”을 통해 모든 것들이 “선물”을 주고받듯 살아있는 모두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디스토피아적 시선으로 우리가 그들을 이용하는 방식이 그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반추해보며 공존방식의 전환을 도모해 인위적 공간에 구축된다. 그래서 묻는다.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가? 무엇이 그들과 우리를 하나로 묶는가?
나무에서 숲으로, 나무에서 숲으로, 땅의 시간으로
김윤영 아라리오갤러리 큐레이터
소목장 김현성은 제주로 이주하면서 자기의 세계를 조금 다르게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무를 열심히 자르고 다듬고 끼워 맞추며 가구를 만들던 일에서 조금 벗어나 나무와 나무가 살아가는 환경,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작업의 재료로 쓰이던 나무에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몇 발자국만 나가도 지천에 나무와 풀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곳에서, 매일 숲길을 걸으며 일기를 쓰듯 나무의 물성을 발견해 나갔다.
나뭇가지를 주워다 새가 둥지처럼 켜켜이 쌓아보기도 하고, 같은 크기로 잘라내어 수면에 물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동심원을 그려보기도 하고, 색깔별로 모은 나뭇잎으로 무지개를 만들듯 층층이 그려나가기도 하고,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을 뾰족하게 다듬어 굵은 가지에 고슴도치 가시처럼 꽂아보기도 하고, 눈 덮인 땅 위에 솔잎을 꽂아 보거나 마른 단풍나무 씨앗으로 거대한 꽃을 피워내 기도 하고…. 가구 만들기를 멈춘 그 지점, 그 이유가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환경이 바뀌고 재료가 달라진 만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연에 기반한 조형 언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가구를 만들기 위한 스케치들은 점차 땅에 쓰는 일기, 섬에 그리는 대지미술로 변해갔다. 그 과정에서 나무에 대한 관심은 자연으로, 환경으로, 살고 있는 이 땅이 품은 역사와 시간으로 이어졌다. 네모난 진열장 속 직선적인 가구들은 어느새 휘어지고 구부러진 유기체 <Organism>